일간지 (2022) 달 토양 비밀 한국산 관측기기가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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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관하는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환인 ‘민간 달 탑재체 서비스(CLPS)’에 국내에서 개발한 달 환경 관측 장비가 실린다. 기존에 관측하지 않았던 고에너지 영역의 입자를 측정해 우주의 신비를 한 겹 벗겨낼 예정이다.
지난해 5월 27일 한국은 전 세계 10번째로 ‘아르테미스 약정’ 공식 참여국이 됐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미국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여 년 만에 달에 우주인을 보내기 위해 기획한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이다. 이름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폴로의 쌍둥이인 아르테미스로 작명했다.
그러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아폴로 프로그램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아폴로 프로그램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독자적으로 진행했지만,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국제 파트너 및 민간 우주기업과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한국을 비롯한 10개국 이상이 약정에 서명했으며, 미국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등이 일찍이 민간 협력 우주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민간 달 탑재체 서비스(CLPS·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s)’도 기획했다. 민간이 개발한 무인 달 착륙선에 우주환경 관측 기기와 연구장비를 실어 달까지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달 택배’다. 2018년 이후 총 14개 ‘택배사’를 선정했으며, 올해 미국 우주기업 아스트로보틱과 인튜이티브 머신스를 시작으로 매년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 달에 착륙하는 최초의 고에너지 입자 관측 장비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과 선종호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 중인 달 관측 장비가 2024년 달로 떠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착륙선에 실려 달로 떠나는 이 기기의 이름은 ‘루셈(LUSEM·달우주환경모니터)’이다.
루셈은 달에 착륙한 뒤 달 표면에서 50keV(킬로전자볼트·전자 1개가 1000V의 전위를 거슬러 올라갈 때 드는 일) 이상의 고에너지 입자를 검출할 계획이다. 달에서 방출되는 입자를 달 궤도와 달 뒷면에서 관측한 사례는 있었으나, 달 앞면에서 고에너지 입자를 관측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루셈은 달의 앞면에서 적도 서쪽에 있는 ‘라이너 감마(Reiner Gamma)’라는 지역에 착륙해 달 표면을 관측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관측장비로 보면 무늬가 있어 험한 산악 지형으로 이뤄진 것 같지만, 사실은 편평한 평면 지대다. 프로젝트의 과학 연구를 맡은 심채경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선임연구원은 “라이너 감마 지역이 이런 형태를 가진 이유와 이 지역에 발생하는 자기장의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루셈을 통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이 지역의 자기장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구에 거대 자기장이 전체적으로 있는 것과 달리 달에는 국소적으로 자기장이 있는 지역이 대부분인데, 라이너 감마는 국소 자기장이 있는 지역 중 하나다.
루셈은 4대의 검출기가 달린 검출부와, 관측한 데이터를 받아 저장하고 전력을 공급해 주는 전장부가 하네스라는 3m이내의 전선으로 마치 탯줄처럼 연결돼 있다. 검출부에 달린 4대의 검출기는 2개씩 짝을 이루고 있는데, 각각 한 짝은 위를 바라보고 있고, 다른 하나는 아래쪽을 관측한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와 표면에 반사되는 입자를 확인하고 차이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두 쌍의 검출기가 각각 서로 다른 성분을 검출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쪽은 전자를, 다른 한쪽은 양성자를 검출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한꺼번에 섞여 들어오면 물리적 특성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백슬민 천문연 박사후연구원은 “분리해 관측하지 않으면 전기적 현상 등이 발생해 정확한 결과를 얻기 어려워 양성자와 전자를 따로 검출할 수 있게 개발했다”고 밝혔다.
루셈의 검출부는 지표면과 수직으로 세워져 있지 않고, 살짝 비스듬하게 눕혀져 있다. 라이너 감마의 위치에 이유가 있다. 이 지역은 달의 적도에서 약 7도 북쪽에 있는 지역으로 태양 빛이 강하게 내리쬔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스템 엔지니어로 참여하는 이덕행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관측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태양 빛에 3분 이상 노출되면 안 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검출기가 태양 빛을 빗겨가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루셈의 관측 데이터는 NASA의 오래된 정책에 따라 천문연 연구팀에서 1년 독점적으로 연구한 뒤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공개된다. 이 선임연구원은 “애초 기기를 설계할 때부터 관측 아이디어가 정해져 있었고, 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기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유의미한 분석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3종의 관측기기 추가로 개발 중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미국은 공모를 받아 탑재체, 착륙선 업체를 직접 선정하거나 국제 협력으로 탑재할 기기를 결정한다. 천문연은 추후 공모를 위한 관측기기도 개발하고 있다.
루셈을 비롯해 LVRAD(달 표면 우주방사선 측정기)와 LSMAG(달 표면 자기장 측정기) 개발 주체는 NASA와 국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천문연이 국내 공모를 통해 선발했다. 이후 천문연 주관아래 대학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
LVRAD는 달의 방사선 환경을 측정하는 장치로, 향후 유인 임무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달은 대기층이 매우 얇아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이 그대로 달 표면까지 도달한다. 유인 임무를 할 때 우주인들이 자칫 방사선에 피폭될 수 있다. LVRAD에는 인체 조직을 모사한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어 이 플라스틱이 피폭 받는 정도를 측정한다. 인간을 달에 보내기 전에 달의 환경이 어떤지, 인간이 얼마나 머무를 수 있는지 등을 미리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향후 유인 우주 탐사 등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LSMAG는 자기장 측정기다. 달에 산발적으로 분포하는 소규모 자기장을 분석할 예정이다. 심 선임연구원은 “달에서 왜 이런 특이한 형태의 자기장이 생겼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며 “LSMAG로 달 표면 자기장을 측정해 생성 원인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LSMAG는 올해 8월 발사될 한국형 달 궤도선(KPLO)에 탑재될 KMAG를 달 표면 관측용으로 변환해 개발했다. 루셈도 기상관측용 정지궤도복합위성 천리안 2A에 들어있는 우주기상탑재체(KSEM)가 전신이다.
완전히 새로 개발한 관측 장비도 있다. 달 표면의 입자를 관측하는 그레인캠스(GrainCams)다.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주인들은 달 위를 걸으며 지표면 근처에 미세 먼지가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이런 증언을 토대로 천문연은 달 표면 혹은 표면 근처에 떠다니는 토양 입자를 관측하는 그레인캠스를 개발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그레인캠스는 설계, 제작부터 조립까지 온전히 천문연에서 진행 중”이라며 “과학 임무도 제안해 세계 최초의 임무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달 표면의 미세 토양 구조를 집중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달과 지구의 토양 구조는 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심 선임연구원은 “달 표면에 빛을 비췄을 때 특정 각도에서 그림자 없이 밝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달 표면의 3차원 미세 구조와 연관 있을 것”이라며 “마치 디즈니 성처럼 뾰족뾰족한 구조(페어리 캐슬 구조)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인캠스에는 라이트 필드 카메라라고 불리는 고성능 카메라가 2대 장착돼 한 번 촬영으로 이런 3차원 구조를 선명하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대의 카메라는 각각 표면과 부유하는 먼지를 관측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지구보다 중력이 약한 달에서는 먼지가 성기게 쌓여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데, 이를 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착륙하는 과정에서 표면 토양 구조는 무너져 내릴 확률이 높다. 착륙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관측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레인캠스의 임무에는 로버가 수반돼야 한다. 심 선임연구원은 “그레인캠스 임무에 국내에서 개발하는 로버가 함께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장비는 아직 달에 착륙할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국가 간의 협의만 남은 상황으로 조만간 협의를 거치면 착륙 일정이 결정될 예정이다. 심 선임연구원은 “루셈을 비롯해 국내 개발 달 착륙선 탑재체 4대를 모두 달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며 “선정 여부에 상관없이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며, 혹시 선정되지 않더라도 하나의 경험으로써 미래의 다른 탐사를 위해 중요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 연구, 그 이상까지
혹자는 직접 돈을 내고 달로 장비를 보내는 기업과 CLPS 프로그램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달에 관측 장비나 기기를 보낸다고 모두 CLPS 프로그램은 아니다”라며 “NASA를 통해 임무를 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을 제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루셈의 선정은 한국에서 제안한 탑재체의 과학 연구 가치와 임무 수행 능력이 우수함을 인정 받았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만을 위한 연구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프로젝트 책임자인 최영준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이 프로젝트는 명백히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며 “대중에게는 달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계기가 되고, 국내 과학계에게는 관측 장비를 개발하고 연구를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서 향후 미래 세대의 연구를 위한 발판을 만들고 국제 협업도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약이 성사된 데에도 천문연이 오랫동안 NASA와 공동연구를 해 온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현재 태양 환경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2개 진행 중이고 소행성 관련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심 선임연구원은 “천문연은 기존에 NASA와 함께 각종 임무를 해본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기에 이번 프로그램을 총괄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이미 신뢰 관계가 두터운 상태였다”고 밝혔다.
최 책임연구원은 “공동 논문을 쓰는 등 아주 낮은 단계부터 협업을 시작한 분야도 있다”며 “단계별로 차근차근 연구를 진행해 나가며 신뢰를 쌓고 한국 연구진의 역량을 키워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 탐사를 넘어 향후 연구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 연구소, 민간기업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건설연구원에서는 달에 거주지를 구축할 때 필요한 자재 등을 연구하고 있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51379
지난해 5월 27일 한국은 전 세계 10번째로 ‘아르테미스 약정’ 공식 참여국이 됐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미국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여 년 만에 달에 우주인을 보내기 위해 기획한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이다. 이름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아폴로의 쌍둥이인 아르테미스로 작명했다.
그러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아폴로 프로그램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아폴로 프로그램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독자적으로 진행했지만,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국제 파트너 및 민간 우주기업과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한국을 비롯한 10개국 이상이 약정에 서명했으며, 미국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등이 일찍이 민간 협력 우주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민간 달 탑재체 서비스(CLPS·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s)’도 기획했다. 민간이 개발한 무인 달 착륙선에 우주환경 관측 기기와 연구장비를 실어 달까지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일종의 ‘달 택배’다. 2018년 이후 총 14개 ‘택배사’를 선정했으며, 올해 미국 우주기업 아스트로보틱과 인튜이티브 머신스를 시작으로 매년 달 탐사선을 발사할 예정이다.
○ 달에 착륙하는 최초의 고에너지 입자 관측 장비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과 선종호 경희대 우주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 중인 달 관측 장비가 2024년 달로 떠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착륙선에 실려 달로 떠나는 이 기기의 이름은 ‘루셈(LUSEM·달우주환경모니터)’이다.
루셈은 달에 착륙한 뒤 달 표면에서 50keV(킬로전자볼트·전자 1개가 1000V의 전위를 거슬러 올라갈 때 드는 일) 이상의 고에너지 입자를 검출할 계획이다. 달에서 방출되는 입자를 달 궤도와 달 뒷면에서 관측한 사례는 있었으나, 달 앞면에서 고에너지 입자를 관측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루셈은 달의 앞면에서 적도 서쪽에 있는 ‘라이너 감마(Reiner Gamma)’라는 지역에 착륙해 달 표면을 관측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관측장비로 보면 무늬가 있어 험한 산악 지형으로 이뤄진 것 같지만, 사실은 편평한 평면 지대다. 프로젝트의 과학 연구를 맡은 심채경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선임연구원은 “라이너 감마 지역이 이런 형태를 가진 이유와 이 지역에 발생하는 자기장의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루셈을 통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이 지역의 자기장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구에 거대 자기장이 전체적으로 있는 것과 달리 달에는 국소적으로 자기장이 있는 지역이 대부분인데, 라이너 감마는 국소 자기장이 있는 지역 중 하나다.
루셈은 4대의 검출기가 달린 검출부와, 관측한 데이터를 받아 저장하고 전력을 공급해 주는 전장부가 하네스라는 3m이내의 전선으로 마치 탯줄처럼 연결돼 있다. 검출부에 달린 4대의 검출기는 2개씩 짝을 이루고 있는데, 각각 한 짝은 위를 바라보고 있고, 다른 하나는 아래쪽을 관측한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와 표면에 반사되는 입자를 확인하고 차이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두 쌍의 검출기가 각각 서로 다른 성분을 검출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쪽은 전자를, 다른 한쪽은 양성자를 검출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한꺼번에 섞여 들어오면 물리적 특성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백슬민 천문연 박사후연구원은 “분리해 관측하지 않으면 전기적 현상 등이 발생해 정확한 결과를 얻기 어려워 양성자와 전자를 따로 검출할 수 있게 개발했다”고 밝혔다.
루셈의 검출부는 지표면과 수직으로 세워져 있지 않고, 살짝 비스듬하게 눕혀져 있다. 라이너 감마의 위치에 이유가 있다. 이 지역은 달의 적도에서 약 7도 북쪽에 있는 지역으로 태양 빛이 강하게 내리쬔다. 이번 프로젝트의 시스템 엔지니어로 참여하는 이덕행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관측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태양 빛에 3분 이상 노출되면 안 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검출기가 태양 빛을 빗겨가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루셈의 관측 데이터는 NASA의 오래된 정책에 따라 천문연 연구팀에서 1년 독점적으로 연구한 뒤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공개된다. 이 선임연구원은 “애초 기기를 설계할 때부터 관측 아이디어가 정해져 있었고, 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기기를 개발했기 때문에 유의미한 분석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3종의 관측기기 추가로 개발 중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미국은 공모를 받아 탑재체, 착륙선 업체를 직접 선정하거나 국제 협력으로 탑재할 기기를 결정한다. 천문연은 추후 공모를 위한 관측기기도 개발하고 있다.
루셈을 비롯해 LVRAD(달 표면 우주방사선 측정기)와 LSMAG(달 표면 자기장 측정기) 개발 주체는 NASA와 국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천문연이 국내 공모를 통해 선발했다. 이후 천문연 주관아래 대학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
LVRAD는 달의 방사선 환경을 측정하는 장치로, 향후 유인 임무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달은 대기층이 매우 얇아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이 그대로 달 표면까지 도달한다. 유인 임무를 할 때 우주인들이 자칫 방사선에 피폭될 수 있다. LVRAD에는 인체 조직을 모사한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어 이 플라스틱이 피폭 받는 정도를 측정한다. 인간을 달에 보내기 전에 달의 환경이 어떤지, 인간이 얼마나 머무를 수 있는지 등을 미리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향후 유인 우주 탐사 등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LSMAG는 자기장 측정기다. 달에 산발적으로 분포하는 소규모 자기장을 분석할 예정이다. 심 선임연구원은 “달에서 왜 이런 특이한 형태의 자기장이 생겼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며 “LSMAG로 달 표면 자기장을 측정해 생성 원인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LSMAG는 올해 8월 발사될 한국형 달 궤도선(KPLO)에 탑재될 KMAG를 달 표면 관측용으로 변환해 개발했다. 루셈도 기상관측용 정지궤도복합위성 천리안 2A에 들어있는 우주기상탑재체(KSEM)가 전신이다.
완전히 새로 개발한 관측 장비도 있다. 달 표면의 입자를 관측하는 그레인캠스(GrainCams)다. 아폴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우주인들은 달 위를 걸으며 지표면 근처에 미세 먼지가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이런 증언을 토대로 천문연은 달 표면 혹은 표면 근처에 떠다니는 토양 입자를 관측하는 그레인캠스를 개발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그레인캠스는 설계, 제작부터 조립까지 온전히 천문연에서 진행 중”이라며 “과학 임무도 제안해 세계 최초의 임무에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달 표면의 미세 토양 구조를 집중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달과 지구의 토양 구조는 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심 선임연구원은 “달 표면에 빛을 비췄을 때 특정 각도에서 그림자 없이 밝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달 표면의 3차원 미세 구조와 연관 있을 것”이라며 “마치 디즈니 성처럼 뾰족뾰족한 구조(페어리 캐슬 구조)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인캠스에는 라이트 필드 카메라라고 불리는 고성능 카메라가 2대 장착돼 한 번 촬영으로 이런 3차원 구조를 선명하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대의 카메라는 각각 표면과 부유하는 먼지를 관측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지구보다 중력이 약한 달에서는 먼지가 성기게 쌓여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데, 이를 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착륙하는 과정에서 표면 토양 구조는 무너져 내릴 확률이 높다. 착륙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관측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레인캠스의 임무에는 로버가 수반돼야 한다. 심 선임연구원은 “그레인캠스 임무에 국내에서 개발하는 로버가 함께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장비는 아직 달에 착륙할 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국가 간의 협의만 남은 상황으로 조만간 협의를 거치면 착륙 일정이 결정될 예정이다. 심 선임연구원은 “루셈을 비롯해 국내 개발 달 착륙선 탑재체 4대를 모두 달에 보내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며 “선정 여부에 상관없이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며, 혹시 선정되지 않더라도 하나의 경험으로써 미래의 다른 탐사를 위해 중요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 연구, 그 이상까지
혹자는 직접 돈을 내고 달로 장비를 보내는 기업과 CLPS 프로그램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달에 관측 장비나 기기를 보낸다고 모두 CLPS 프로그램은 아니다”라며 “NASA를 통해 임무를 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을 제시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루셈의 선정은 한국에서 제안한 탑재체의 과학 연구 가치와 임무 수행 능력이 우수함을 인정 받았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만을 위한 연구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프로젝트 책임자인 최영준 천문연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이 프로젝트는 명백히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며 “대중에게는 달에 대한 이해를 증진할 계기가 되고, 국내 과학계에게는 관측 장비를 개발하고 연구를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서 향후 미래 세대의 연구를 위한 발판을 만들고 국제 협업도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협약이 성사된 데에도 천문연이 오랫동안 NASA와 공동연구를 해 온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현재 태양 환경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2개 진행 중이고 소행성 관련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심 선임연구원은 “천문연은 기존에 NASA와 함께 각종 임무를 해본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기에 이번 프로그램을 총괄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이미 신뢰 관계가 두터운 상태였다”고 밝혔다.
최 책임연구원은 “공동 논문을 쓰는 등 아주 낮은 단계부터 협업을 시작한 분야도 있다”며 “단계별로 차근차근 연구를 진행해 나가며 신뢰를 쌓고 한국 연구진의 역량을 키워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 탐사를 넘어 향후 연구를 위해 매진하고 있는 연구소, 민간기업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건설연구원에서는 달에 거주지를 구축할 때 필요한 자재 등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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